정세랑 작가의 SF소설 모음집입니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간 쓴 단편을 모았습니다. 쉽게 표현하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와 비슷한 느낌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근데 더 술술 읽히고, 더 친숙합니다.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인간과 환경'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과 그 속에 놓인 인간의 역할, 그리고 그들의 미래 이야기입니다. 총 8개의 단편 소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8개의 단편을 한 번에 읽어도 좋고, 며칠에 걸쳐 나눠 읽어도 좋습니다.
- 미싱 핑거와 점핑걸의 모험
- 11분의 1
- 리셋
- 모조 지구 혁명기
- 리틀 베이블루 필
- 목소리를 드릴게요
- 7교시
- 메달리스트의 좀비 시대
위 8개의 단편중에 <메달리스트의 좀비 시대>와 <모조 지구 혁명기>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매우 익숙하고 어디서 들어본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작가의 섬세한 표현방식이 꽤 인상 깊었습니다.
<리셋>은 꽤나 무서운 소재이지만, 동화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인간이 만들어낸 것들을 먹어치우는 거대 지렁이는 잊을 수 없습니다.
<11분의 1>이나 <목소리를 드릴게요>는 인물 묘사가 굉장히 좋았습니다. 특히 성별을 규정짓지 않는 이름을 쓰면서, 이름을 보고 인물의 성별을 스스로 결정하는 독자들에게 한방 먹이는 것 같은 느낌도 받았습니다. SF소설인 만큼 중간중간 배경이 이국적으로 다가오는 부분들이 꽤 있습니다. 그래서 위에 언급한 것처럼 <나무>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은 단편 소설집이기 때문에 주제의 무거움을 짊어지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만, 짧고 동화 같은 이야기로 가볍게 읽을 수 있기 때문에 주제를 쉽게 캐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어쩌면 그런 방식이 무거운 주제를 전달하는데 있어서 더 효율적일지도 모르죠.
물론 어디서 본듯한 뻔한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고, 애 같은 소설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읽다보면 그런 묘사들이 정세랑 작가의 매력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 입니다.
... 장르문학을 쓸 때도 쓰지 않을 때도 나는 한 사람의 안쪽에서 벌어지는 일에 큰 관심이 없다. 그보다는 사람과 사람 사이, 사람과 사람들 사이, 사람들과 사람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일에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관심이 바깥을 향하는 작가들이 판타지나 SF를 쓰게 된다고 생각한다... 세계는 더디게 더 많은 존재들을 존엄과 존중의 테두리 안에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갈 거라고 믿는다..
- <작가의 말>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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