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추상 미술을 대표하는 화가이자,
굴곡 많은 한국 현대사를 온몸으로 통화해 온 화가 '지칠 줄 모르는 수행자'였던 박서보 화백께서 14일 별세하셨습니다. 향년 92세.
박 화백께서는 1960년대 후반부터 무수히 많은 선을 긋는 ‘묘법’(escrite) 연작으로 한국 현대 추상미술 발전에 선구적인 역할을 하셨습니다. 스스로가 '손의 여행'으로 일컬었던 방법론이자 연작 '묘법'에서 화면 안에 반복적인 선을 긋는 행위를 통해 마음을 비워내고 수신을 일깨우는 고도의 절제된 세계를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화백께서는 2010년 회고전 간담회에서 “묘법은 도(道) 닦듯이 하는 작업”이라며 “그림이란 작가의 생각을 토해내는 마당이 아니라 나를 비워내는 마당이며 내가 나를 비우기 위해 수없이 수련하는 과정이 바로 묘법”이라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박서보 화백의 작업 활동은 비우기 위한 수련이었지만, 그의 인생은 변함없는 열정으로 채우는 거장의 모습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가 온 생애를 바쳐 치열하게 이룬 화법과, 후배 예술가들과 끊임없이 교류하며 수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자 해온 활동들이 미술계의 거목으로 기억됩니다.
박서보 화백께서는 아흔을 넘어선 나이에도 작업을 계속하셨고, 올해 2월 페이스북을 통해 폐암 3기 진단 사실을 스스로 밝히셨습니다. "캔버스에 한 줄이라도 더 긋고 싶다"는 글로 작업 의지를 드러내셨습니다. 매일 기지에서 운동을 하시면서도 계속해서 붓을 놓지 않으셨고, 지방을 다니시면서 미술계 후배 관계자들과 끊임없이 교류하셨습니다.
박서보 화백님의 별세 소식을 접하고 화백님의 마지막 인스타그램 게시글을 확인했습니다.
“하루 사이 바람의 결이 바뀌었다. 가을인가. 바닷 바위에 파도가 부딪히는 소리도 사뭇 차가워지고.
내년에도 이 바람에 귀기울일 수 있으면 좋으련만."
덕분에 이번 가을은 바람에도 조금 더 귀 기울여보고, 우리 집에 놓은 화백님 판화도 다시 눈에 담는 하루를 보내고자 합니다.
편안히 쉬세요, 잊지 않고 기억하겠습니다.
화백님을 추모하며, 조만간 동네에 화백님을 추모하기 가장 좋은 장소를 소개하려 합니다. (연희동 기지 에 대한 안내 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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