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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짧은 후기 (스포)

소리도 없이, 영화 후기 : 기름과 물

by 허니3 2020. 1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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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도 없이(Voice of Silence)

감독 | 홍의정

출연 | 유아인, 유재명, 문승아


○ 스포 있는 짧은 후기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무성영화(silent film)는 아닙니다. 사실 무성 영화도 소리가 아예 없는 영화는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인물들의 대사가 없지만, 보통 음악은 깔립니다. 다만, '소리도 없이'는 무성영화의 기본 틀을 따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말을 하지 못하는 주인공이 (말을 안 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는 모르겠으나) 등장하며, 생각보다 다양한 음악들이 사용됩니다. 개인적으론 무성영화의 틀을 기반으로 새로운 영화 장르를 만들어냈다고 표현하고 싶네요.

 

유아인 배우의 연기가 특출나게 보이진 않지만, 유아인 배우의 연기는 '소리도 없이'의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대사가 없는 인물이기때문에, 영화의 감정선을 모두 움켜쥐고 있습니다. 로맨스 영화로 치면 "좋아해, 사랑해" 한 마디 없이 로맨스를 연기하는 셈이죠. 유아인 배우의 연기는 굉장히 익숙하면서도 묵직합니다. 중간쯤엔 이게 범죄장르 영화인가?! 싶을 정도로 관객을 내편으로 돌아서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유재명 배우의 연기는 초반 설정만 잘 이해하면, 쉽게 받아들여집니다. 결론적으로 두 배우 연기는 너무 좋았네요.

 

각본을 쓰기가 굉장히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우선 주인공 대사 없이 극을 끌어나간다는 것은 오토바이 엔진을 장착한 자동차와 다름없는데, 이걸 연출과 연기로 커버를 합니다. 오히려 대사가 없어서 감정이 풍부한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장르의 파괴'라는 말은 이 영화에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굉장히 모호합니다. 인물들의 이름을 부르지도 않고, 배경 설명이 없고, 왜 사건이 일어났는지 설명조차 없습니다. 흐름 속에서 알아서 관객이 파악해야 합니다. (창복(유재명)의 죽음은 관객한테 "캐릭터한테 정을 주지 마!"라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뭐.. 영화는 불친절하지만, 단순한 구조덕분에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건 다행인 것 같습니다. 곳곳에 흩어진 모호함들은 마지막 10분부터 엔딩까지 도달하고 나서야 명확하게 다가옵니다. 누누히 말씀드리는 "좋은 영화는 끝나고 나서야 시작된다"의 법칙이 '소리도 없이'에도 적용됩니다. 약간 말도 안 되는 시점에서 엔딩이 나옵니다. 그리고 영화 이후 벌어지는 사건들을 예상 가능한 범위 내에서 관객에게 던져 버립니다. 여러 의미에서 굉장히 쿨하며, 신선합니다. 

 

개인적으로 평소에 영화를 많이 보는 사람들에게 굉장히 좋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뿅망치 한방 맞은 것 같습니다.

 

 평점 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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