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고스 란티모스의 팬이 되기로 결심했다. 분명 〈더 페이버릿〉은 이전의 란티모스 감독의 작품들과는 다르다. (좀 더 대중적이라고 할까) 킬링디어, 랍스터는 다소 괴이한 면이 있었다면 이번 영화는 사극에, 보통 인간의 기본 욕구를 다루고 있기 때문 일 것 같다.
절대 권력을 가지고 있는 영국의 여왕 앤을 차지하기 위한 두 여자의 기싸움은 흥미롭다. 흔히들 싸움 구경이 제일 재밌다고들 하는데, 이 영화에서는 그 재미를 맘껏 느낄 수 있다. 싸움을 할 때 인물들의 깊은 심리를 꺼내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인물들의 대사나 표정에서 인물들의 의도를 대놓고 보여준다. 또, 대놓고 구경하라고 궁궐 안 곳곳에 CCTV를 배치해놓은 것 처럼 곳곳에서 관찰한다.
레이첼 와이즈와 엠마스톤이라는 배우의 진가를 엿볼 수 있는 대목도 많다. 이전의 영화에서 보여줬던 엠마스톤의 우스꽝스런 표정들을 이 영화에서는 '질투'라는 단어로 집약시켰다는 점도 좋다. 왕의 참모인 레이첼 와이즈를 질투하고, 꺾어 내리려고 하는 모든 수단은 심리적 요소들이 아닌 직적접인 말과 표정 행동이다. 즉, "여자가 여자를 쟁취하기 위해 여자를 질투한다.."라는 설정이 흥미롭다는 뜻이다.
각종 쟁투 끝에, 결국 레이첼 와이즈를 밀어내고 따내고야 마는 엠마스톤의 모습은 흡사 여왕 앤의 토끼와 같다. 창살 밖으로 나왔지만, 궁 안을 떠돌 수 밖에 없는 존재일뿐이며, 그래서 우리는 구두에 짓눌리는 토끼와 머리채가 잡힌 애비게일(엠마스톤)은 똑같은 처지로 볼 수 밖에 없다.
[=끝]
'영화 > 짧은 후기 (스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더 길티(The Guilty, 2019) (0) | 2019.04.01 |
---|---|
127시간(127 Hours, 2010) (0) | 2019.03.30 |
12몽키즈(12monkeys,1999) (0) | 2019.02.24 |
가버나움(Capernaum, 2019) (0) | 2019.01.27 |
노킹 온 헤븐스 도어(Knockin’ On Heaven’s Door, 1997) (0) | 2019.01.22 |
댓글